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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AI로 글을 쓰면 어색하게 느껴질까?

AI에게 글 맡기면 이상한 대시에 이모지에 대환장파티가 벌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법

AI로 글을 쓰면 분명 내용은 맞는데,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맞춤법이 틀린 것도 아니다. 문장도 매끄럽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딘가 번역문 같고, 내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 어색함이 문장부호에서 먼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어색함은 문장부호에서 먼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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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대표적인 신호는 em dash다. 영어권 글에서 부연 설명이나 강조를 넣을 때 쓰는 긴 줄표다. 문제는 이 문장부호가 한국어 글에서는 그렇게 자주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학이나 소설에서는 쓰이지만, 일상적인 블로그 글에서는 흔하지 않다.

한국어에서는 보통 쉼표, 괄호, 문장 분리로 충분하다. 그런데 AI는 한 문장 안에 설명을 계속 덧붙이려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문장이 길어지고, 부연이 붙고, 영어식 리듬이 그대로 남는다.

AI가 쓴 티는 어려운 단어에서 나는 게 아니라, 한국어답지 않은 호흡에서 난다.

물론 긴 줄표 하나가 AI 글의 증거는 아니다. 원래 그 문장부호를 좋아하는 작가도 있고, 영어 글에서는 자연스럽게 쓰인다. 하지만 평소 한국어 글을 쓰던 사람이 갑자기 긴 줄표를 반복해서 쓰기 시작하면 읽는 사람은 금방 감지한다.

문장부호 하나가 문제라기보다, 글 전체의 호흡이 내 것이 아니게 되는 게 문제다.


AI는 왜 이런 문장부호를 좋아할까

AI는 보통 적당히 고급스럽고 매끄러운 글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학습 데이터에 많이 등장한 에세이, 칼럼, 설명문 스타일을 따라간다.

그 스타일에서는 긴 줄표가 편리하다. 문장을 끊지 않고도 설명을 덧붙일 수 있고, 앞뒤 내용을 그럴듯하게 연결할 수 있다. 사람 입장에서는 잠깐 멈추고 덧붙이는 느낌이지만, AI 입장에서는 문장을 계속 이어가기 쉬운 장치다.

그래서 AI 글에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 한 문장 안에 부연 설명이 너무 많다.

  • 문장이 끝나야 할 곳에서 계속 이어진다.

  • 강조가 필요한 문장마다 같은 문장부호를 쓴다.

  • 한국어 글인데 영어 에세이 같은 호흡이 남아 있다.

이런 게 쌓이면 글이 이상해진다. 맞춤법은 맞고 문장도 매끄러운데, 내 말 같지 않다.

AI 글의 문제는 틀린 문장이 아니라 너무 그럴듯한 남의 문장이다.


한국어 글에서는 더 빨리 티가 난다

영어에서는 긴 줄표가 비교적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아니다.

한국어는 문장을 짧게 끊어도 어색하지 않다. 부연 설명이 필요하면 괄호를 쓰거나, 그냥 다음 문장으로 넘기면 된다. 굳이 영어식 문장부호로 힘을 줄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다.

AI는 빠르다. 하지만 빠른 만큼 사람의 말투를 쉽게 지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에 굳이 긴 줄표를 넣으면 글이 갑자기 번역문처럼 보인다. 특히 블로그, 뉴스레터, SNS 글에서는 더 그렇다. 독자는 문법보다 호흡을 먼저 읽기 때문이다.


em dash만의 문제는 아니다

긴 줄표만 조심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요즘 AI 글에는 반복되는 말버릇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 “핵심은 A가 아니라 B다”

  • “결국 중요한 것은”

  • “단순히 X가 아니라”

  • “이건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 “박는다”, “박아준다”, “박기”처럼 글의 톤과 맞지 않게 강한 표현

  • 모든 문단이 비슷한 길이와 리듬으로 정리되는 습관

이 표현들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나도 쓴다. 문제는 반복이다. 같은 구조가 세 번 이상 나오면 글은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템플릿처럼 보인다.

AI로 쓴 글이 어색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생각한 내용을 담고 있어도, 문장의 습관은 내가 아닌 경우가 많다.

AI 티를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적인 척하는 게 아니라, 내 평소 말투로 다시 줄이는 것이다.


내가 쓰는 방지 프롬프트

단순히 em dash 쓰지 말라고만 하면 부족하다. AI는 문장부호 하나를 빼는 대신 다른 어색한 습관을 남긴다. 그래서 문장부호, 문장 길이, 한국어 호흡을 같이 잡아줘야 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지시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한국어 글을 쓸 때 영어식 문장부호와 번역투를 피하세요. 긴 줄표는 쓰지 말고, 부연 설명은 짧은 문장으로 분리하세요. 한 문장에 설명을 과하게 붙이지 말고, 한국어 블로그 글처럼 자연스럽게 끊어 쓰세요. “핵심은 A가 아니라 B다”, “단순히 X가 아니라 Y다” 같은 구조를 반복하지 마세요. 글을 더 있어 보이게 만들려고 하지 말고, 사람이 직접 쓴 메모를 한 번 다듬은 정도의 밀도로 작성하세요.

더 짧게 쓰고 싶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긴 줄표와 영어식 부연 구조를 쓰지 마세요. 한국어 문장은 짧게 끊고, 쉼표와 괄호도 아껴 쓰세요. 반복되는 AI식 표현보다 자연스러운 구어체에 가깝게 써주세요.

여기서 중요한 건 금지어 목록을 길게 만드는 게 아니다. 내가 어떤 리듬을 싫어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프롬프트를 더 구체적으로 쓰고 싶다면 before/after 예시를 같이 붙이는 편이 좋다.

  • 피할 문장: 핵심은 속도가 아니다. 방향이다.

  • 원하는 문장: 중요한 건 빨리 쓰는 게 아니다. 내 말투를 잃지 않는 것이다.

AI에게 자연스럽게 써줘라고만 말하면 기준이 너무 넓다. 대신 어떤 문장을 피하고, 어떤 리듬을 원하는지 한두 줄만 보여줘도 결과가 꽤 달라진다.

숫자 기준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다만 절대 규칙처럼 쓰면 안 된다. “한 문장은 되도록 짧게”, “쉼표는 줄이고”, “부연은 새 문장으로 나누라” 정도면 충분하다.


결국 글은 리듬이다

AI는 문장부호 하나 때문에 들키는 게 아니다. 남의 글쓰기 습관을 너무 성실하게 따라 해서 들킨다.

그래서 AI로 글을 쓸수록 더 많이 고쳐야 하는 부분은 정보가 아니다. 리듬이다. 내가 평소에 쓰는 문장 길이, 단어 선택, 멈추는 방식, 강조하는 방식이 다시 들어가야 한다.

AI는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초안이 내 글이 되려면 한 번은 내 말투로 다시 줄여야 한다.

AI로 글을 쓰면 어색하게 나오는 이유는 AI가 글을 못 써서가 아니다. 너무 잘 정리된 남의 말투로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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